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「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」 9회 ‘9회말 2아웃’을 보며

고특파원 2025. 12. 21. 18:16

오랫만에 드라마를 보며 몇글자 적어 본다.

 

막내였던 나와, 10년차가 된 나 사이

 

드라마 「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」 9회,
제목부터가 너무 노골적이다. 9회말 2아웃.
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끝에 가까운 상황.

이 회차는 유독 마음이 불편했다.
재미있다기보다는, 너무 현실 같아서.


“영업 한번 나가보시죠”라는 말의 의미

김 부장(류승룡)이 직접 영업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,
회사에서 그에게 준 건 재계약률이 낮은 업체 리스트였다.
반면 과장에게는 이미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이 돌아간다.

 

결과는 예상 가능하다.
과장은 성과를 내고,
부장은 “역시 요즘 감 떨어진 거 아니야?”라는 평가를 받는다.

이 장면이 씁쓸했던 이유는 하나다.
이건 개인의 능력 싸움이 아니라, 판이 이미 짜여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.

하지만 회사는 늘 결과만 본다.
과정은 기록되지 않는다.


“돈 많이 받는 사람이 어려운 일 해야죠”

 

막내 사원의 이 대사는
솔직히 말하면, 공감이 갔다.

나도 막내였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.
연봉도 높고, 직급도 높으면
그만큼 힘든 일, 책임 있는 일을 해야 맞다고 여겼다.

이 말, 틀린 말은 아닌데…

그런데 이상하게도,
이제는 그 말이 조금 불편했다.

틀린 말은 아닌데,
너무 단정적인 말 같았기 때문이다.


10년차가 되어 보니 보이는 것들

연차가 쌓이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게 있다.

부장은 단순히 “일을 잘하면 되는 사람”이 아니다.
성과는 기본이고,
그 위에 정치, 관계, 조직의 방향,
그리고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낙인까지 함께 짊어진다.

어려운 일이라는 게
“업무 난이도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
이제는 알게 됐다.

그래서 막내의 말이 이해되면서도,
마음 한켠이 불편했다.

이기적인 걸까?
아마 아니다.

그건 내가 변한 게 아니라
보는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.


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위치

 

드라마 속 과장은
막내에게 “부장님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”고 말한다.

나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.
아마 실제 상황이었다면
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.

누구 편을 들기도 어렵고,
괜히 말했다가 더 꼬일 수도 있고,
무엇보다 이 상황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.

이 애매함을 아는 순간,
사람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.

그게 중간 연차의 현실인 것 같다.


결국, 지방 발령

 

그리고 결국 부장은
지방 공장으로 발령이 난다.

이 장면을 보며 느낀 감정은
분노도, 통쾌함도 아닌
그냥 허무함이었다.

“아, 이렇게 정리되는구나.”

 

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
조직이 더 이상 그 사람을
중심에 두지 않기로 결정한 느낌.

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.


이 드라마가 불편한 이유

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
누군가를 명확한 가해자나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.

  • 막내의 말도 틀리지 않고
  • 과장의 태도도 이해되고
  • 부장의 무너짐도 너무 현실적이다

그래서 보는 사람 각자의 연차에 따라
다른 장면에서 찔린다.

막내일 때는 막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,
연차가 쌓일수록 부장의 침묵이 마음에 남는다.


어쩌면 이 드라마는

“누가 맞고 틀리다”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
우리가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묻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.

9회말 2아웃.
아직 끝은 아니지만,
이미 많은 게 결정된 순간.

그 장면이 오래 남는다.